생각OPINION

나의 예술적 재능은 0점?

바른즐거움 2020. 7. 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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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를 아시나요. 평생 자녀를 돌보고 살았던 미국에 사는 할머니는 75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연히 그림 그리는 재능을 발견하고 꾸준히 그려온 결과, 미국의 국민화가라 불리며 유명세를 탔다.

 

모지스 할머니

 

내가 놀라웠던 사실은 70대에 어떤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과 그 일을 꾸준히 몇 십년간 한 노력 때문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늦은 시간이라는 건 없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일찍 우리가 가진 다양한 재능의 씨앗을 말려버리는 것은 아닐까.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 크리스마스의 풍경

 

 


 

 

미술시간은 멍때리는 시간

 

그렇다면 내가 가진 예술적 재능은 무엇일까. 한 번쯤 그런 생각해본 적 있지 않을까. 난 잘하는 것도 없고 예술적으로는 정말 젬병이라고. 노래도 잘 부르지 못하고 그림도 잘 못 그린다. 그렇다고 악기를 잘 다루지도 않는데...

 

어릴 적 내 모습을 생각하면 나는 음악, 미술시간을 특별하게 좋아하거나 즐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다른 교과과목 시간이 덜 지루하게 생각될 만큼 그 시간을 심리적으로 피해왔다.

 

예를 들어 미술시간에 선생님이 ‘오늘 수채화를 그리자’라고 하면 밖에 나가서 풍경을 보며 멍때리기가 다반사였다. 무엇을 그릴지는 결정하는 건 이미 물 건너갔고 미술시간이 끝나기 얼마 전이 되어서야 스케치를 시작하곤 했다. 그릴 대상을 바라보며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고 멍 때리는 시간이 좋았다.

 

 


 

 

음악시간은 진도8의 손가락과 함께

 

그렇다면 음악시간에는 어땠을까. 보통 음악시간에는 학생들이 쉽게 다룰 수 있는 관악기(리코더 같은)를 연주하였는데 이 마저도 나에게는 적합한 악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제대로 한다고 생각했는데도 음이 이상하게 났고 연습을 해도 곧잘 실력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수행평가를 칠 때마다 내 손가락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리코더의 소리와 음정이 다 다르게 났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반대로 국영수 시험치는 시간에는 그렇게 떨리지 않았던 심장이 음악시간, 미술시간만 되면 왜 그렇게 불안했는지.

 

 


 

 

지금 아니면 언제?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예술적 재능이 거의 0에 수렴한다고 생각해왔다. 과거에 그런 경험들이 미술과 음악에 벽을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패드로 단순한 동물이나 사람을 그리는 것도 어려워서 쉽게 손을 대지 못한다. 사실 무엇인가를 그려보라는 얘기만 들으면 겁이 나는 것도 여전하다. 타인의 시선이 두려운 까닭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배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특히나 내가 수채화, 정물화를 그리고 싶다. 모리스 할머니처럼 어떤 일을 시작하는데 시간은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한다.

 

다만 어떤 일을 시작하고 그 일을 꾸준히 한다면 시간이 주는 복리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는 것은 중요한 진리 중 하나다.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점은 참 좋은 일이다. 조만간 물감을 사러 한 번 다녀볼 생각이다. 이 취미도 50년 이상 하면 어떤 작품이 될 만한 실력을 갖추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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