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OPINION

한국 사람들이 식기세척기를 잘 쓰지 않는 이유?

바른즐거움 2020. 8. 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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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문득 생겼다.

 

유럽여행을 갔을 때 호스트 집이나 게스트하우스에 지내게 되면 주방에 항상 식기세척기가 있었다.


미국에서 잠깐 공부를 할 때도 아파트에 웬만하면 식기세척기가 기본 옵션인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의 식기세척기 보급률은 약 80%로 추정되고 일본은 약 30%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정작 우리나라의 식기세척기 보급률은 얼마정도 될까?

 

매년 식기세척기의 판매대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업계는 우리나라의 식기세척기 보급률이 아직 15% 정도에 불과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혹시 비싼 전기세와 수도세 때문일까?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기세와 수도세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비싼 편이 아니다.


 

여기에서 이런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식기세척기를 사지 않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릇모양의 차이

 

서양은 보통 넓고 평평한 접시를 사용한다. 이는 식기세척기에 넣기 용이하고 음식물이 묻어도 잘 씻겨 내려 가는 조건이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깊이가 있는 오목한 그릇이 일반적이다.

밥그릇이나 국그릇은 더욱이 일반 접시보다 깊기 때문에 식기세척기로 그릇을 씻었을 때 잘 씻기지 않는다는 심리적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식기세척기 가격의 차이

 

그릇의 모양 차이 이외에도 식기세척기 가격이 식기세척기의 낮은 보급률의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 식기세척기의 가격은 대략 50만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적어도 100만원은 지불해야 괜찮은 식기세척기를 마련할 수 있다.

 

2배 이상 비싼 식기세척기 가격이 낮은 보급률의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사람들의 절약정신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 사람들은 절약 정신이 투철한 편에 속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원이 한 방물도 나지 않는 나라, 물부족국가, 전기절약, 물절약이라는 얘기를 질리도록 들어왔다.

 

 

 

 

 

이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콘센트는 뽑아야 하고 외출할 때 불을 끄고 나가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듯 생활속에서 절약을 실천하는 방법들을 배웠다. 양치질을 할 때 물컵을 쓰는 것도 그 일환 중 하나이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이런 절약정신이 식기세척기 사용을 꺼려하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 전기와 물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손설거지를 하면 그만큼의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의 노동력과 시간으로 많은 전기와 물을 절약한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이 식기세척기를 쓰지 않는 것은 너무나 합리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LG전자와 부산대 감각과학연구실에서 진행한 식기세척기 vs 손설거지 대결에서 위생도나 물절약인 측면에서 식기세척기가 더 좋은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LG전자와 함께 진행한 실험결과이기 때문에 신빙성의 문제가 있지만 설거지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기계에 대한 불신

 

또 한가지로는 기계에 대한 불신감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어떤 방면에서는 기계가 인간보다 더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그런 영역이 더욱 줄어들고 기계가 인간의 모든 영역을 대체하기 시작하겠지만 ‘청소’의 영역은 아직 기계를 믿지 못하는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이다.

 

직접 쓸고 닦아야 직성이 풀리고 그릇은 세제를 묻혀 닦아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는 게 한국 사람이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이 생각들이 어떻게 바뀔지는 예측하지 못하겠다.

 

 


 

 

식기세척기 대중화는 시간문제?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일본보다 대한민국은 근대화의 시작이 빠르지 않았다.

한국전쟁 이후 약 70년이라는 세월 동안 빠른 경제화 발전을 해왔고 앞으로는 그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될 예정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남녀 역할 구분이 뚜렷했다. 남자는 밖에 나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여자는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담당했다.

 

그런 관계로 집에는 항상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 존재했으며 식기세척기라는 특별한 존재가 없어도 살아가는 데 큰 무리가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항상 주방에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굳이 비싼 돈 주고 식기세척기를 도입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남자와 여자 모두 사회생활을 하며 경제활동을 한다. 가사일은 남녀 모두 공동으로 분담해야 하고 식기세척기가 설거지를 담당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그런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1인 가구가 많아지고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 먹고 간편식을 주문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면서 집에서 대량으로 많은 그릇을 씻어내는 식기세척기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의구심 말이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생각했던 의문이 여러모로 길어지게 되었다.


아무쪼록 단순한 재미로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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